w. 포도
@podo_diary
2021년 12월 19일,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와는 정반대로 너무 맑은 날씨.
시내와 온 거리는 이미 조명과 장식으로 반짝이고, 쉴 새 없이 캐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런 도시 속, 서로에게 대답은 얻지 못했지만 마음 속으로 결혼을 약속한 두 사람이 살아가는 중이다.
"카게야마! 일어나!"
"응...5분..."
"안 돼!! 일어나! 우리 바쁘단 말야!"
"야..제발..자자...우리 밤새 한 숨도 못 잤어.."
"난 잤어..너만 못 잔거야!! 그러게 누가 일기예보를 그렇게 순순히 믿으래?"
"야..너도 눈 온다고 엄청 기다렸잖아. 좀만 더 자자.."
"안 돼! 일어나!"
히나타는 카게야마가 덮은 극세사 이불을 가차없이 걷어버렸다. 추위에 덜덜 떠는 카게야마는 베개라도 덮자는 심정으로 침대 구석을 파고들어 히나타의 베개를 자신의 옆구리에 끼고 다시 고요한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그 정적도 잠시, 히나타는 이제 카게야마 위에 올라타 본격적으로 잠을 깨우기 시작했다.
"일어나라고!!! 좀!! 우리 바쁘다고 오늘!"
"커어어..."
"아아아ㅏ아악 좀!!! 진짜..."
"알았어. 일어나면 되잖아. 쿠소보게.."
"아이 예쁘다~ 우리 남편 너무 예쁘네~"
"결혼도 안 해줄거면서..안 일어날래 그냥.."
히나타는 자신을 등지고 다시 누운 카게야마를 보며 쿡쿡, 하고 웃었다. 누가 결혼을 안 해준대? 뭐...해준다고 한 적도 없지만.
수많은 인파 사이에 주차를 마치고서 서로를 바라본다. 행복하게 빛나는 눈동자가 사랑한다고 말한다. 차에서 내리면 맡을 수 있는, 코끝이 아릴 만큼 추운 그 공기. 진짜 겨울이다.
백화점에 발을 딛는 순간 흘러나오는 캐롤과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따수운 조화를 이룬다. 히나타와 카게야마는 분홍빛으로 물든 손을 녹이며 2층의 시계 매장으로 올라간다.
-
"이것 봐! 이쁘지!"
"그렇네. 근데 이게 더 예쁘다. 너랑 잘 어울려."
"아니. 카게야마. 오늘 니 선물 고르러 와놓고 왜 내 생각을 해?"
"같이 맞추면 안 돼?"
"안 돼! 이건 오로지 너만 가질 수 있는 아이템인걸로! 이미 커플템은 너무 많아!"
"...알겠어."
"우리 잠옷 하나 더 맞추기로 했잖아. 그치?"
"응."
"손목시계는 너 하고 다녀. 너 자주 차잖아. 나는 솔직히 운동 갈 때도 그렇고 시계보다는 스마트워치를 더 자주 차고 다니기 때문에. 알았지?"
"응."
"이 디자인으로 할게요!"
"네. 카운터로 오시면 결제 도와드릴게요."
"다 해서..9만1천엔*이세요! 담아가실 쇼핑백 같이 드릴까요?" (9만1천엔=한화로 약 94만원)
"네 하나 주세요!"
"넵~ 저 두 분 정말로 팬이에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혹시..두 분 곧 결혼 하시는거에요?"
"음..결혼은 생각 안 해봤어요!!"
"ㄴ..아니요. 그냥 연인입니다."
"그렇군요. 행복한 연말 되세요~"
"네~안녕히 계세요~"
카게야마는 속으로 꽤나 아쉬워했다. 결혼할 사이라고 말하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이 내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카게야마는 살면서 이렇게까지 넉넉하고 달콤한 사랑을 주고받아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히나타가 더욱 소중하다. 히나타도 마찬가지다. 카게야마를 만난 게 인생에서 두 번째로 잘 한 일이라며 늘 사랑을 속삭인다. (자신이 사랑하는 부모님의 아들로 태어난 것을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두 번째이다.) 둘은 탐스럽고 향기로운 꽃과 따스한 응원을 퍼부어주는 사람들이 가득한 식장에서 주례사로 "배우자를 평생 아끼고 사랑하시겠습니까?" 처럼 맹세를 바라는 질문이 나오지 않아도 될 만큼, 서로를 사랑하는 중이다.
두 번째로 찾은 매장은 의류매장. 어쩌면 연인 사이에서 챙겨줄 마지막 생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많은 걸 해주고 싶었던 히나타는 카게야마에게 자신이 입으면 좋을 것 같은 옷을 골라달라며 대충 시선을 돌려놓고 미리 결제해 둔 옷을 직원에게 받았다. 차분한 느낌의 맨투맨 한 벌과 니트 한 벌. 예쁘게 포장된 쇼핑백이 히나타의 손에 들렸다.
"카게야마, 골랐어?"
"응. 이거 예쁘다."
"그러네~"
"사 줄까?"
"뭐래~이거나 받으셔~"
"뭐야. 언제 샀어."
"한참 전에 미리 주문 맡겨둔거야. 너 저번에 갖고싶다고 한 맨투맨."
"ㅂ..보게!! 그런 건 말을 하라고 좀..."
귀가 빨개진 카게야마는 쇼핑백을 안은 채 히나타에게 괜한 투정을 부렸다. 히나타는 그런 카게야마를 바라보며 까르르, 웃어넘겼다.
"..고마워."
"뭐가?"
"옷 사준거."
"아냐 그거 니 카드로 결제한거야!"
"뭐야. 진짜?"
"진짜겠냐~카게야마군은 바보인가요~?"
"시끄러워!"
"행복해?"
".."
"행복하냐고!"
"...응."
"얼마나?"
"엄청."
"푸하학! 너 지금 얼굴 빨개진 거 알아?"
"그런 질문 하지 말라고..."
"귀여운 구석이 있긴 하네~!!"
"조용히 해!!"
"아 알겠다고!"
"우리 집에 가면 할 일 많아!"
"뭔데 또."
"저번에 트리만 장식하고 벽에 달기로 한 건 안 달았잖아!"
"아 맞다. 그거 어디다 뒀지?"
"엑. 내가 너보고 관리하라 했잖아!!"
"쿠소보게!! 언제!!"
"어딘가엔 있겠지 뭐.."
오늘도 절대 티키타카를 빼놓을 수 없는 둘. 쇼핑백을 들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밖에는 하얀 눈송이가 날리는 중이었다. 쇼핑을 하는 그 짧은 순간 사이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히나타는 신난 아이처럼 핸드폰을 들어 카게야마를 찍기 시작했다.
"야! 눈 와!!"
"근데 왜 날 찍는거야."
"너 안 신나?"
"응."
"뭐야..재미없어. 카게야마군은 정말 재미가 없네요!!"
"말 다 했냐?"
"너 지금 내가 준 선물로 나 치려고? 그 쇼핑백에 뭐가 들었는지 기억 안 나?"
"..차에나 타. 할 일 많다며."
-
라디오에서는 끊임없이 크리스마스 노래가 흘러나왔다.
"야 진짜 겨울이긴 한가보다.."
"당연하지. 내 생일이 곧인데."
"어휴..."
집으로 돌아온 둘은 짐을 풀기 시작했다. 빠르게 정리를 마친 후, 히나타가 찾아낸 전구와 벽보를 트리 옆으로 들고 온 카게야마는 엉킨 전구를 먼저 풀기 시작했다.
"야, 이거 안 풀려."
"뭐? 좀 잘 해봐!"
"니가 해 그러면."
"난 바쁜데요~"
"쿠소보게.."
"그만!! 그 말만 오늘 몇 번째야??"
"아마도. 음. 한 세 번 쯤 하지 않았을까?"
"야!!! 그게 지금 내가 진짜 횟수를 궁금해해서 그런 거겠어?!"
"그게 아니야?"
"아악!!! 됐어..전구나 풀으세요..멍청야마군.."
카게야마는 전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전구를 마저 풀기 시작했다. 2m가 넘는 길이의 LED전구를 다 풀고 카게야마는 벽에 걸 준비를 했다. 떨어지지 않게, 또 균형이 무너지지 않게 조심조심 전구를 걸던 카게야마 뒤로 히나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게야마! 여기 봐봐~!"
"뭐야 또? 나 찍어?"
"응!! 우리 영상 이렇게 남겨두면 뭔가 나중에 추억을 불러오기 좋을 거 같아서!!"
"우리 헤어지면 어쩌려고?"
장난으로 물은 말에 히나타는 좀 더 나아간 장난을 위해 진지하게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그러면 가차없이 지워버리는 거야. 사실 지금도 가능해. 너만 원한다ㅁ.."
"그만! 그만해. 너. 한 번만 더 그 소리 하면 진짜.."
벽에 걸린 벽보와 트리, 그리고 빛나는 조명을 행복하게 바라보던 중, 히나타는 고개를 돌려 카게야마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작고 짧게 쪽, 하는 소리가 났다. 금세 귀가 빨개진 카게야마는 그대로 히나타를 껴안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우리 결혼하자. 나 진심이야. 잘 살게 해줄게. 나 돈 많아."
"돈 많으면 결혼할 수 있는거야? 카게야마군 진짜 단순해~"
"...나만큼 너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없잖아. 나만큼 오래 만난 사람 없잖아."
"그건 그렇지~고등학교 졸업할 때부터 계속 만났으니까.."
"근데 왜 결혼 안 해주는데."
"내가 언제 결혼 안 해준댔어?! 안 한다고 한 적 없어!"
"한다고 한 적도 없잖아."
" ...에헴! 저녁에 뭐 먹을까? 나가서 먹을까?"
"왜 대답 안 하는데.."
카게야마는 히나타를 더 세게 끌어안고 히나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물었다. 진심 가득한 목소리로.
"기다려봐~ 지금 닌자쇼요님이 고민 중이니까!"
"고민할 거 없어. 결혼 해. 나랑. 됐지."
"야!! 니 마음만 있냐!!"
"어. 내 마음만 있다. 쿠소보게."
"뭐야..삐졌어? 진짜로?"
"...저녁 밖에서 먹을거야. 먹고 싶은 거 생겼어. 나 돈 없으니까 니가 내."
"양심 없어..애들러스에서 뛰는 녀석이 돈이 없다고? 생일주간이라 봐준다!"
히나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안방에 들어가 문을 살며시 닫은 히나타는 며칠 전 양가 부모님과 대화한 문자내용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 엄마! (*카게야마네 엄마인데, 친아들보다 더 아껴주시는 바람에 만들어진 호칭이다.)
-쇼요 무슨 일이야~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지요~! 토비오보다 낫죠 제가?!
-그러게. 토비오는 연락도 없더라. 무슨 일이니?
-조만간 양가 부모님이랑 모여서 식사 하는 거 어떠세요? 카게야마한테 말해달라고 하려다가 제가 직접 그냥 여쭤보려고 해요!
-좋지~ 곧 크리스마스이기도 하고.
-결혼 얘기도..조금 꺼내고 싶어서요!
-본심은 그거였니?
-엑! 그건 절대 아니고요!
-장난이야~ 부모님 잘 계시지?
-네네! 당연하죠~
-그래. 날짜는 너희 부모님께 맞출게.
-감사합니다! 곧 다시 연락 드릴게요!
-그래. 날 추운데..건강 잘 챙기고. 토비오한테는..엄마한테 전화 한 번 하라고 잔소리 좀 해줄래?
-당연하죠~
*
-엄마~!! (*히나타네 엄마)
-쇼요? 무슨 일이야?
-이번 주 주말에 카게야마네 부모님이랑 다같이 식사하는 거 어때?
-괜찮지~ 카게야마네 부모님께 여쭤봤어?
-당연하지~ 나츠는? 이번 주 주말에 뭐 해?
-물어봐줄까?
-응! 옆에 있어?
-응. 잠시만~
-나츠 이번 주 토요일 저녁에 잠깐 약속 있대. 그 때만 피하면 될 거 같아.
-그럼, 토요일 이른 점심 어때요? 열한 시 쯤!
-그래~ 근데 갑자기 왜?
-결혼 얘기..좀 하려고!
-다 컸구나. 벌써 니 입으로 그런 얘기도 하고.
-그럼! 내가 누군데!
-그래. 그럼 토요일 열한 시에 어디로 갈까?
-내가 예약잡은 식당, 문자로 주소 보낼게요!
-그래 고맙다. 참, 저번에 보내준 영양제 고마워~
-매일 드시고 계시죠?!
-당연하지~
-우리 엄마 보고싶다!!
-곧 만날거잖아~ 그리고 자주 영상통화도 하고. 누가 보면 엄청 오랜만에 보는 줄 알겠네~
-그래도!! 아무튼 그 때 뵐게요!!
-그래~
사실, 결혼에 대한 얘기는 히나타가 카게야마보다 한 발 빨랐다. 결혼을 되도록이면 빨리 약속하고 싶었던 히나타는 양가 부모님께 연락을 드린 상태였다. 히나타는 설레는 마음을 붙잡고 다시 방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애써 진지한 척 하며 카게야마 앞을 지나쳤다.
"카게야마, 옷 입어. 저녁 먹기 전에 우리 갈 곳 있어."
"어디."
"그런 게 있어~"
"뭐냐 대체."
"바보야마군은 몰라도 되는 곳~"
카게야마는 고등학교 시절 히나타가 배구공으로 뒤통수를 쳤던 날의 표정으로 히나타의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
"어디를 가시는데요, 히나타 쇼요 씨?"
"엑! 그런 무서운 표정 짓지 마! 엄청 이상해!!!"
히나타가 카게야마를 데리고 나간 곳은 시내에 위치한 작은 매장.
"히나타 쇼요 이름으로 저번에 맡긴 거 보여주세요~!"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바로 상품 준비 도와드릴게요!"
카게야마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히나타에게 속삭였다.
"너 대체 뭐 하는거야. 너 죽어 혹시?"
히나타는 바퀴벌레를 발견했을 때의 표정으로 카게야마에게 따졌다.
"애인한테 그게 할 소리에요, 카게야마군?"
"아니. 오늘 이것저것 사 주잖아."
"야. 이건 니 거라고 한 적 없거든?"
"아. 그러냐."
"진짜 바보구나!"
"ㅂ..보게! 시끄러워."
둘 사이에 작은 소용돌이가 치는 동안 직원은 작고 예쁜 상자를 들고 왔다.
"고객님~ 상품 확인 도와드리겠습니다!"
"예쁘다..결제 할게요!"
"네~ 다 해서 8만7천엔*이세요!" (한화 기준 약 91만원)
"네~"
카게야마는 히나타의 손을 꼭 잡은 채 귓속말로 중얼거렸다.
"너 돈 많냐?"
히나타는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혹시..무스비 블랙자칼..이라고 들어봤어요? 나 거기 선수인데..사랑하는 사람한테 큰 선물 해줄 정도의 돈은 있어요~"
예상치 못한 답변에 카게야마는 고개를 푹 숙이고 히나타의 손을 더 꼭 잡았다. 사랑이 제대로 전달된걸까. 계산을 마친 후 차에 탄 히나타는 상자를 열고 카게야마의 손에 얹어주며 말했다.
"카게야마. 우리 결혼할까?"
카게야마는 눈을 크게 뜨고 히나타를 쳐다보며 말했다.
"응."
히나타는 카게야마가 너무 귀엽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카게야마! 그렇게 쉽게 대답해도 돼?"
"응. 돼."
"그래. 우리 결혼하자. 이번 주 토요일에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레스토랑에서 양가 부모님이랑 식사하기로 했어. 괜찮지?"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일부러! 너 곧 생일이라서 아주 큰 선물 하나 할까 하고 비밀로 했지!"
"하..진짜.."
"울어? 울어요? 카게야마군, 우나요?"
"안 울어! 시끄러워!"
"그러면 니가 운전해 이젠! 나 힘들어!"
"알겠어. 가자."
-
식당으로 발을 옮긴 둘은 눈이 내리는 바깥이 잘 보이도록 창가 쪽에 앉았다. 카레우동과 나베가 맛있는 이 식당은 카게야마가 스무 살 때부터 자주 찾던 곳이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캐롤이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창밖에 내리는 함박눈이 호흡을 간질인다. 그런 분위기 속 카게야마와 히나타는 눈을 맞추며 식사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카게야마는 히나타를 바라봤다. 열심히 음식 사진을 찍던 히나타는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히나타는 두 볼이 새빨갛게 붉히더니, 이내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설렌 탓일까, 호흡이 가빠질 것만 같은 마음으로 히나타는 바로 고개를 내렸다.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카게야마를 향해 웃어보였다. 카게야마도 미소로 대답했다. 전혀 인위적인 게 섞이지 않은, 몇 번 볼 수 없는 카게야마의 자연스러운 미소가 한 번 더, 히나타의 마음을 녹였다. 그렇게 12월 19일, 둘은 결혼을 마음먹었다.
6일이 지난 후 2020년 12월 25일 토요일.
밤새 내린 눈이 너무나도 예쁘게 온 세상에 쌓이고, 공기는 당장이라도 입김이 얼어붙을 것처럼 추운 날씨. 어제와 같은 공간, 같은 공기, 같은 잠옷차림이지만 너무나도 다른 마음으로 잠에서 깬 두 사람은 하루를 또 시작한다.
"카게야마~"
"응?"
"준비 다 됐어?"
"응. 가자."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레스토랑에 앉은 둘은 차분히 결혼 이야기를 꺼낸다.
"...해서, 저희는 결혼할 생각으로 이 자리에 부모님을 모셨습니다. 허락..해주실 거죠?"
히나타는 테이블 아래로 카게야마의 손을 꼭 잡았다. 카게야마는 그런 히나타의 손을 펴고 깍지를 꼈다.
허락의 이야기가 오고 가자, 둘은 아무도 모르는 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살며시 웃었다.
그 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카게야마와 히나타는 거실 트리 옆에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카게야마.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쉴 새없이 연습 해 봤잖아."
"이젠 실전이야. 우리 잘 할 수 있겠지?"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넌 나만 있으면 최강이라니까?"
"자기 자랑 그만하고!"
카게야마는 히나타를 자신의 옆으로 오게 한 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같이 정상에 오를거야. 그 어떤 장벽이 세워지고, 그 어떤 블로킹이 들어와도, 우린 그걸 뚫을거야. 새로운 속공을 만들거야. 새롭게 공격할거야."
"뭐야 그 오글거리지만 멋진 말은!"
"나니까 가능한 말이야."
"윽!! 너 졸리구나! 양치하고 잠이나 자!"
"한 마디를 안 지냐? 쿠소보게!!"
"아으, 야 달라붙지 마!!"
"왜. 내 맘이거든?"
"내 마음도 있거든??!"
둘 사이에 또 한 번 소용돌이가 친다. 달콤한 기류를 타고 흘러들어 만들어진 이 소용돌이를 우리는 '사랑' 이라고 부른다. 그 소용돌이가 커지면 커질수록,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두 사람의 사이는 가까워진다. 그렇게 2020년 일본의 한 도시에서, 큰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천천히, 오랫동안 함께 걸어나가 세계의 정상에 설 두 사람은 창밖의 눈을 바라보며 영원한 사랑을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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